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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20190421. 선데이 브런치란 이런 것.

​미국 사촌동생이 놀러와서, 오면 꼭 밥 한끼는 같이 먹여 보내려는 엄마 덕에 나까지 끌려나가 밥을 먹게 되었다. 미국 출신이지만 대학생 때부터 한국 교환학생으로 와서 거의 일년에 한번은 오는 동생은 거의 뭐 한국인 입맛. 이번엔 뭘 먹을까 하다가 곱창집에 데려갔다.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대서.. 


곱창집은 현재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진곱. 곱창 처음 먹기 시작했을 때는 대창의 그 짜릿한 기름맛 때문에 대창을 가장 좋아했는데, 먹다 보니 대창은 일인분 먹으면 물리고 무엇보다 먹고 난 뒤 한 이틀은 속이 안좋다. 그래서 거의 안 먹거나, 마지막에 맛만 보는 정도로 먹고, 요새는 곱이 꽉 찬 곱창을 가장 좋아한다. 수량 제한이 엄청나서 일반적인 스케줄로는 가서 먹을 수 없는 곱창집들을 제외하고(못먹어봐서!) 내가 먹어본 것 중에 곱창이 제일 맛있는 곳이 여진곱이다. 물론 비싸다.. 그리고 사전예약주문으로만 먹을 수 있는 황소알곱창은 더 비싸다... (이것도 좀 그런게, 예전에는 당일 오전까지만 전화 주문하면 저녁에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날도 미리 전화한다고 토요일엔가 전화를 했는데 2~3일 전에는 전화예약 해야한다고 하셔서 못먹음. 아, 생각해보니 before 화사와 after 화사의 차이인가... 아니면 일요일에는 곱창 공급이 안돼서 그런건가. 모르겠다.)


쨌든 들어가서 자리잡음. 저녁에는 친구와 술약속이 쫙 잡혀있는애라 대낮부터 곱창 판을 깔았다. 점심메뉴도 괜찮은 듯 부대찌개 드시는 분이 꽤 많았다. 하지만 저희는 곱창 먹으러 왔어요!



기본으로 나오는 선지국. 선지도 탱글하고 맛있다. 이거 먹어보고 여기 양평해장국도 궁금한데 또 굳이 여기까지 오면 곱창을 먹고싶지 해장국을 먹을리가.. 








곱창 많이 안먹어본 애라 이것저것 먹어보는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은 모듬을 시켰다. 곱창, 대창, 양. 곱창이 곱이 많이 빠져 보이는데 사실 먹어보면 곱이 많고 진짜 고소하고 맛있다. 생각보다 동생도 엄청 잘 먹고, 엄마도 굉장히 잘 드셨다. 대창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역시 느끼해서 그런지 엄마도 곱창이 제일 맛있다고. 








한 판을 다 비우니 조금 느끼해서 맥주를 시켰다. 요새는 뭘 먹어도 맥주랑 같이 먹으면 두 모금째부터 배가 불러서 웬만하면 같이 안먹으려고 하는데 너무 느끼해서 어쩔 수가 없...!!! 잔은 카스지만 맥주는 클라우드다. 곱창엔 소맥이긴한데 엄마랑 사촌동생 앞에서 대낮부터 소맥을 말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볍게 맥주 한 잔만 마셨다. 










두 번째 판은 맛있었던것만 먹으려고 곱창 하나 양 하나를 시켰다. 양은 참 쫄깃하니 맛있었고, 곱창은 뭐 말해뭐해. 사진 보니 또 먹고싶네. ​








엄청 잘 먹어서 그런지 곰취 장아찌도 서비스로 주셨다. 곱창에 싸먹으니 향긋한 게 살짝 느끼한 맛을 싹 잡아줌. 장아찌 최고다. 








곱창을 더 먹을까 하다가 엄마가 볶음밥 먹고 싶다고 하셔서 날치알 볶음밥에 모짜토핑 추가. 울 엄마 이렇게 탄수화물 마무리 하는 스타일 아닌데 이 집이 입맛에 맞으셨나보다. 참 여기는 볶음밥이 셀프다. 판 정리하고 재료는 넣어주시는데 알아서 볶아먹어야 한다. 하지만 곱창기름이 배어있는 불판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다년간의 마무리 볶음밥 섭생 경력을 발휘해 내가 볶았다... 아무리 막내라지만 손님을 시킬 순 없잖아. 잘 볶은 밥 위에 모짜렐라를 뿌려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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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쭉쭉 늘어나는 치즈... 곱창기름+맛있는 김치와 양념+모짜렐라로 볶았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누룽지까지 만들어서 싹싹 긁어먹고 나왔다. 엄마는 곱창을 많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여기 너무 맛있었다고, 다음에 또 먹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결제 후 가격을 듣고 나더니.. 일년에 한번만 먹자고.. 곱창 너무 비싸요. 엉엉. 다음 번엔 집 근처지만 묘하게 멀다 싶은 위치에 있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못 가본 황주집에 가 보고 싶다. 으어 곱창. 


다 먹고 커피 한 잔으로 느끼함을 씻어내려고 어딜 갈까 하다가 조금 걷더라도 맛있는 커피 마시는게 낫겠다 싶어서 프릳츠로 갔다. 당연히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앉을 엄두도 못내고 커피 시켜서 나갈까 했는데 한옥 쪽 툇마루에 자리가 있어서 앉긴 앉았다.. 그런데 나올 때 보니 '앉지 마세요' 라고 안내가..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다음엔 안앉을게요 엉엉엉 










동생은 아이스 에스프레소, 엄마랑 나는 아이스아메랑 아이스라떼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언제 마셔도 프릳츠 커피는 맛있다.. 사실 빵도 맛있지. 이제는 멀어져서 자주 못가니까 좀 아쉽긴 하다. 


식사부터 커피까지, 훌륭한 선데이 브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