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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9.홍콩

20190616. 홍콩여행 3일차 (1).

​잘 자고 일어났다. 이상하게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요새는 아무리 침구가 편하다는 어느 호텔을 가도 숙면은 못하는 편이라, 두세시간이라도 잠들면 잘 잔걸로 친다. 여기선 그래도 5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호텔을 일부러 신경써서 좀 괜찮은 곳으로 골랐던 이유가, 가을에 뉴욕여행을 잡아놔서 평소처럼 여름에 휴가를 못 쓰기 때문에 이렇게 짧게라도 호텔휴양을 좀 즐기고 싶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날 홍콩 집회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잘 한 선택이었다.


네스프레소 내려서 창가에 앉아서 모-닝 커피. 흔히 보는 침사추이쪽 스카이라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건 좋다. 저 쪽에 보이는 페리는 아마 이스트 홍함쪽으로 갔던 걸로 기억한다. 







방에서 잠시 커피마시면서 정신차리고 수영장에 갔다.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사람도 별로 없는 편이어서 누워 있기 좋았다. 한 가지 좀 안좋았던 건 내가 누워있던 쪽이 지붕이 있어서 유일하게 햇빛을 직접 받지 않는 곳이었는데, 아래쪽에 도시고속도로(?)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다이렉트로 올라오는 위치라 굉장히 시끄러웠다. 








내가 누워있던 쪽에서 바라본 수영장 전경. 파라솔 있는 곳 뒤쪽으로 출입구가 있다. 투숙객 카드키를 찍어야만 문이 열리는 구조이다. 썬베드도 보이는 게 전부. 반대편에 보이는 게 빅 온더 하버의 나머지 한 동 건물인데, 루프탑 바가 있지만 가보지는 않았다. 바다보면서 술마시는 것도 꽤 괜찮았을 텐데 귀차니즘이 이겼다.​







여유롭게 지나가는 요트를 바라보며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수영장도 설렁설렁 돌면서 오전을 보냈다. 






수영장이 위치한 층의 복도는 이렇게 생겼다. 웰니스. 수영장이랑 헬스장이 위치해 있다.







저 웰니스라고 쓰인 벽 반대쪽이던가 오른쪽이던가에 수영장으로 가는 문이 있다. 문 오른쪽 단말기에 룸키를 대야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나가면 보이는 모습. 내가 누워있던 지붕 있는 쪽이 오른쪽이다. 수질은 평범한 호텔 수영장 수준, 깊이도 성인 가슴높이로 특별할 것 없는 수영장. 따지자면 인피니티 풀인가?








방으로 돌아와서 VLT 아이스티 한잔 하고 또 멍때렸다. 수영하는 거 은근 기운빠진단 말이지. 어딜 갈까 하다가 일단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나가보기로 했다. 딱히 계획도 없었고, 주말이라 시위 인파가 많다는 뉴스가 좀 들려서 고민을 좀 했는데 일단 이 근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내가 11층에 묵었구나.​







복도가 어두컴컴. 실제로 이렇게까지 어둡진 않았는데 아이폰 6s 플러스의 한계인가.








약간 매콤한 거 먹고싶어서 슬렁슬렁 걸어온 리틀 칠리. 유명한 맛집은 절대 아니고 그냥 동네 사람들 가볍게 들러서 밥먹으러 오는 곳인 것 같다. 가게 앞에 보이는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은 아마도 집회 참가자. 이때까지는 그렇게 인파가 심하지는 않았다.​







메뉴판. 동네 밥집인데 잉글리쉬 메뉴 있음. 동네 밥집이 아닌 걸지도??






줄기콩 볶음. 이건 정말.. 밥이고 술이고 무한대로 들어가게 하는 마법의 음식이다. 짭쪼름한 간에 센불로 확 볶아낸 채소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흰 밥에 콩줄기볶음! ​






원래는 고추기름에 무친 오이를 시켰는데, 그게 안된다고 해서 취계를 대신 시켰다. 냉채에 칠리오일 들어갔으니까 대신 시킨 거 맞음. 그냥 맞음.





약간 덜 익어 보이긴 하는데 익긴 다 익은거다. 술향도 풀풀 나고 식감도 신기한 닭이지만 난 참 좋아한다. 이것도 밥이랑 먹으면 참 맛있다.






이렇게 해서 86 HKD. 밥은 공짜로 주는건가?! 






밥을 잘 먹고, 이 동네에 유명한 로스터리가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보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길거리에 인파가 심상치 않더니, 육교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상황이 이랬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의 모습. 







질서정연하고 평화롭게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 길을 걷고 있었을까. 


나는 인파에 휩쓸려서 로스터리에 갔다가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는 쪽지를 보고 발을 돌렸고, 조금 더 시내 쪽으로 들어가보면 어떨까 해서 시위대를 따라 노스포인트에서 포트리스힐까지 걸어갔다가, 속속 나타나는 경찰들과 인파로 꽉 찬 거리의 모습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다. 시위대들은 노스포인트에서 시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다시 걸어서 돌아가기는 불가능했다. 포트리스 힐 역에서도 노스포인트 역에서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하철에서 내려 역사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유롭게 동네 구경이나 하려던 여행객의 안일한 생각이 잠시 부끄러워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