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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10월 3~5일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1

매년 어떻게든 다녀오던 부산영화제, 올해도 돈이 없건만 무리해서 다녀오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매해둔 ktx 놓칠뻔해서 또 택시라이드.
겨우겨우 도착해서, 아침도 못먹은채로, ktx를 타고, 열심히 달렸다.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더웠던 날씨에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던 그날, 하지만 해가 점점 떠오를수록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창밖으로 드러난 그 산들은 아직 푸르렀고
우리 농촌 풍경은 참 편안했다.




부산역 앞에 도착해서.
난 토박이 서울인이지만, 매년 한번씩은 꼭 가는 부산역-남포동-해운대는
이젠 정말이지 친숙하다.
날씨도 정말 좋아서 기분은 한껏 들떴다.
이때 해군에서 무슨 시찰식인지 사열식인지를 한다고 손님들을 모셔갈 버스들이 잔뜩 대기해있고
제복에 모자쓴 군인들이 엄청 많이 있어서 조금은 긴장했었다.

넉넉한 시간에 해운대 센텀시티 롯데시네마에 도착해서
첫 영화를 보고(헬렌-느슨한 영화여서 중간에 졸았다)
밥을..먹었던가? 뭘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샌드위치? 그랬다면 아마 퀴즈노 썹이겠지.

부산에 발령가있는 민영이에게 컨택했더니-
서울 사는 친구들이 놀러 내려오기로 했다며, 영화 아무거나 예매해줄수없냐는 속편한 소리.

이 친구, 부산영화제를 모르는군.
어찌어찌해서 얼굴 잠깐 보고, 신세계 빽으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던 부산비엔날레 티켓을 얻었다.
현대미술엔 전~혀 관심 없지만, 오로지 시간떄우기 용으로 관람하러 들어갔다.



'피에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의 이미지..는
서양미술에서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오래된 주제.
현대미술적인 변주..라고 할 수 있겠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난 역시 사람 그림이 좋아...




전시회의 주제였던 현대인의 탐욕, 소비를 그려낸 작품?
이외에도 그로테스크한 것이 많았는데
그나마 귀엽다고 볼수있는 이아이만 찍었다.
배의 저 겹쳐진 살들, 익숙해.....




이것도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인 성 세바스찬의 죽음..
여러 사람이 그린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
이 그림은 용맹한 성 세바스찬의 젊음과 죽음,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그냥 한 남자가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비통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게.
소용돌이 치는 하늘이 참...멋지다.




이 그림은 굉장히 큰, 한 벽을 다 차지하는 그림이었는데
그 일부를 찍어봤다.
그림엔 대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들은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로
무엇을 열심히 찍어대고 환호하고 있었다.
그림 안에서 그림 밖에 있는 관객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그림 밖에서 그림 안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관객들.
묘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찍는건가? 내가 찍히는건가?




방으로 된 전시장 말고, 넓은 홀에도 설치 작품이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자동차 극장을 모티브로 한 듯한, 스크린 앞에 설치돼 있던 자동차.
그런데 그 차에 써있는 문구가 묘하다.
'내 안으로 들어와' '저를 올라타세요' '부드럽게 타주세요'




'내 속이 궁금하지 않아?' '날 갖고 놀아봐'
차의 입장에서 써놓은 멘트...인데 작가의 이중적인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자동차는 스피드와 젊음, 그에 따르는 흥분을 연상시키는데,
그것과 저 문구들은... 참 잘 어울린다.
그런데 왜 잘 빠진 빨간색의 스포츠카가 아니라
다 낡은 세단일까?




이건, 보자마자 ㅁㅅ언니가 생각나서, 찍을수 밖에 없었다.




2층과 3층이 뚫린 구조의 부산 시립 미술관의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또하나의 설치미술.
보자마자 든 생각은... 예쁜 무늬의 이불?




부산시립 미술관 전경. 이렇게 생긴 건물들이 마치 공장처럼 옆으로 쭉~ 늘어서 있다.




구식 디카의 한계로 넓게 담을 수 없었지만 대충 이런 모습.
멋진 건물.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심심해서 티켓을 부채처럼 펼치고 찍어봤다.
헬렌이 잘리지 않았으면 더 예뻤을텐데...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볼 영화들.
부산은 티켓이 참 예쁘다. 작년에 GS25에서는 현금인출기 영수증 같은 종이에 인쇄해줬다는데,
현장 매표소에서 발권하기를 백번 천번 다행이었지.




내가 주로 가는 코스는 원래 해운대-장산이었는데
올해부터 롯데시네마가 상영관으로 추가되면서 센텀시티-해운대-장산이 되었다.
그렇게 이동하기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영화가 세 군데 퍼져있으면 은근히 왕복하기 귀찮다.




티켓의 영화명이 보이도록 한 번 더.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 마시면서 찍어봤다.
해운대 메가박스였는데, 메가박스 특유의 푸른 네온조명때문에 화밸따위는 저 먼 나라로.
차례대로 헬렌, 걸어도 걸어도, 참새, (여기까지 3일)
어머니와 딸, 댄서의 꿈, 경박한 일상, 스카이 크롤러+고모라(여기까지 4일)
신의 사무실(5일)
이다.
이중에서 좋았던건 걸어도 걸어도와 참새, 경박한 일상
그저 그랬던건 헬렌, 스카이 크롤러
영 아니었던건 댄서의 꿈, 신의 사무실
모르겠는 건 어머니와 딸, 안봐서.
재밌는 건, 내가 제일 기대해서 예매했던 작품들이 제일 재미 없었던 것.




된장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티켓 한번 더 촬영질.
역시 나는 촛점과는 영 친하지 않은가보다.




이러구러 하루를 다 마무리하고 봉조오빠와 성용이,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동아리 후배들과
해운대 뒷골목의 매우 세련된! 맥주집에 들어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술을 한잔 했다.
무슨 치즈불닭을 시킨듯도 하고.. 잘 기억이 안나는구나..
나는 삿뽀로 생맥을 마셨던듯 하다. 맛있었다.




이건 봉조오빠의 호가든 생맥. 아~~~~ 향긋한 호가든, 갑자기 마시고 싶구나!




이건 성용이의 그냥 카스 생맥. 짜식 ㅋㅋㅋ

이렇게 마시고, 편의점 가서 맥주랑 안주랑 더 사서
해운대 바닷가에서 마셨다.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3일간의 휴가,
어떠한 채무감도 피곤함도 느끼게 하지 않는 그저 마냥 좋은 사람들과
세상 끝까지 이어질것만 같은 해운대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캔맥주는
서울의 그 어떤 맛집, 혹은 마이크로 브루어리 등에서 마시는 신선한 맥주보다도 맛있었다.

그리고, 피로감과 행복감, 취기에 쩔어서 난 숙소에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