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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굿바이 얄리..

가수 신해철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번도 그의 팬인적이 없었고, 그의 노래를 열렬하게 찾아 들은 적도 없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내 시대 가요계에 속해있었던 이름이었고, 이런저런 경로로 익숙해져 있던 노래들이었는데. 아파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라다가 심정지가 왔고, 그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가수는 자기 분야에서 작곡이면 작곡, 노래면 노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주의여서, 정치색을 띤 그의 행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물론 그 행보가 내 색깔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소신있게 말하는 모습이 멋지긴 하지만 또 그만큼 앞뒤 안맞는 말과 행동에 짜증이 생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해철씨가 이렇게 일찍,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 저렇게 심지 굳게, 소신있게 자기 할 말 하면서, 또 동시에 음악 작업 하면서, 꼬장꼬장한 노인네로 늙어갈 줄 알았다. 그래서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라디오에서, 방송에서 그의 음악을 계속 흘려 들으면서, 아, 90년대 가요계가 아직 건재하구나. 라고 안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저녁에 야구를 켜놓고 으레 그렇듯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걸 하다가, 소식을 접하고 아.. 결국.. 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목숨이란 게 그렇게 하찮고 연약한 것이니까. 팬도 지지자도 아니었기에 그냥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야구 중계가 끝나면서 시그널 음악 대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 세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다음날 출근길 익숙하게 멜론을 켰다가 신해철씨를 추모하는 배너를 봤다. 클릭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데, 너무나 많은 곡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 번 놀랐고, 그 노래들중 꽤 많은 수를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내 세대가 아닐 수 없었다. 신해철씨는 데뷔 이후 한국 대중가요계에 너무나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고,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의 노래들을 아예 듣지 않고 피해갈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죽음 이후 수많은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하나씩 그 글을 찾아 읽으면서 그에게 무관심했던 나조차도 그가 얼마나 천재적이었고, 강해 보이지만 여린 속을 가졌으며,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가수였는지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슬퍼하고 있다.


왜 좋은 사람들은 그렇게 급하게 우리 곁을 떠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