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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미트소스 만들기, 그리고 샥슈카

집에서 뭘 해먹는데 재미가 들려서.. 야심차게 미트소스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문제는 미트소스 맛의 레퍼런스가 없다는것. 그냥 되는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요리는 감으로 하는 거니까...!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재료는 대강 양파 반개, 당근 반개, 셀러리 세줄기, 소고기 400그람, 마늘 세개, 토마토 페이스트, 산마르짜노 필드토마토 794그램짜리 한캔, 레드와인. 소금, 후추, 이탈리안 시즈닝, 파슬리, 스모크드 파프리카, 크러시드 레드페퍼 등등 향신료.


토마토 소스나 미트소스 만들거면 이탈리안 토마토 쓰는게 좋다는 말을 주워들어서, 'certified Italian' 토마토 캔을 굳이 찾아서 직구했다. 그리고 치킨스톡이나 레드와인을 쓰면 된다고 했는데, 가능한한 내가 직접 소금 간을 해서 짠맛을 조절하고 싶어서 시판 치킨스톡 대신 레드와인을 썼다. 또 레드와인을 쓰면 야채의 맛이 더 잘 우러나고 단맛이 좀 잡힌다 하여.. 뭐 사실인진 모르겠다. 요리용 와인 따위 집에 가지고 있을리가 없어서 급히 GS25갔더니 웬 와인이 2병에 15,000원이라 사보았다. 과연 먹을 순 있는건가 했지만 어차피 요리용이라.. 근데 한컵 붓고 한모금 마셔봤더니 뭐 음.. 괜찮았다. 하긴 마시면 안될 걸 팔진 않겠지......



마늘을 다지고 양파 셀러리 당근을 좀 굵게 다졌다. 양파 셀러리 당근 이 세 개가 mire-poix라고 육수 내는 기본 재료라던데...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라니까 합니다.








올리브오일에 다진마늘을 잘 볶아서 향을 내 준다. 넘치거나 튀는 게 싫으니까 실제 준비한 재료 양보다 두 배 쯤 되는 냄비를 쓴다. 










마늘이 어느 정도 익으면 남은 채소 다진것도 넣고 같이 볶는다.










채소가 숨이 좀 죽으면 다진 고기를 넣고 잘 볶는다. 여기서 소금 후추 살짝 들어감.








페이스트를 넣을 경우, 이 단계에서 넣고 같이 볶아서 살짝 맛이 올라오게 해 주면 좋다고 한다. 뭔 차이가 있는지는 또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시키니까 한다. 










볶아지는 모습. 아 참 고기 볶는 단계에서 기름이 많이 나올 경우 기름 좀 따라내라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기름기 있는 고기가 아니라 그런지 별로 안나오길래 그냥 했다. 요기서 바닥에 살짝 눌어붙게 두면 더 맛있는 맛이 나온다고!











고기가 어느정도 다 익었다 싶으면 이제 와인을 붓는다. 소고기와 동량이라길래 소고기가 잠길 때까지 부었는데 좀 흥건했다.










토마토도 같이 투입. 껍질 깐 토마토에 퓨레가 들어 있어서 걸쭉하다. 토마토가 으깨져 있진 않아서 손으로 으깨 가면서 넣었다. 손 깨끗이 씻고 했음.... 











한번 우르르 끓는다 싶으면 이제 향신료. 뭐 딱히 프레쉬 바질 로즈마리 이런거 없고.. 그냥 심플리오가닉 드라이 허브 있는대로 때려넣음. 파슬리랑










이탈리안 시즈닝도 듬뿍










약간 매콤하게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스모크드 파프리카랑









크러시드 레드 페퍼. 원래 큐민도 넣고 싶어서 같이 주문했는데 품절이라 취소당했다. 췌. 아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당연히 소금 후추 들어간다. 

이렇게 향신료까지 넣고 이제 졸아들 때까지 끓이기. 레드와인을 너무 많이 넣었나 싶어서 아는 요리 전문가님께 여쭤봤더니 그거 그냥 졸이면 된다 하셔서 약불에 계속 졸였는데.. 좀 너무 졸인 것 같긴 하다. 국물이 없어.. 완성샷 찍는 걸 깜빡 해서 완성샷은 없음. 


먹어 본 소감: 맛있다!! 설거지가 귀찮지만 않으면 토마토 소스 앞으로 만들어 먹는게 낫겠다. 새콤달콤하고 풍미도 깊고 고기맛도 많이 나는 내 취향 소스가 완성되었다. 다 만들고 잠시 볼일 보러 나갔다 와서 저녁 먹을 때가 되었는데, 이거 하면서 점심 따로 먹기 귀찮아서 걍 빵에 버터랑 와인으로 점심 때웠더니 또 탄수화물을 먹으면 안될 것 같아 파스타는 패스하고, 샥슈카를 해 먹기로 했다.


샥슈카는 얼른 해서 먹느라고 과정샷은 없는데, 냉동실을 뒤져 발굴해 낸 베이컨 구워서 낸 기름에 마늘이랑 피망 볶고 그냥 소스 투하해서 좀 끓인 다음 계란 두 알 깨 넣고 뚜껑 닫아 잠시 익히고, 에멘탈 치즈 한장 올려 다시 또 잠시 익혀서 마무리. 세상 만들기 간단하다는 말이 맞았어.. 가지가 있었으면 좀 더 맛있었을 거 같은데 겨울이라 가지값이 너무 비싸다. 










탄수화물 먹으면 안된다면서 빵 꺼낸 거 보소.. 하지만 샥슈카는 빵 받침대 위에 올려 먹어야 제일 맛있는 걸.









반숙계란의 아름다운 자태... 큐민이 있었으면 여기다 좀 넣었어도 완전 맛있었을 텐데!! 소스에 향신료를 넉넉히 넣긴 했지만 요리 할 때 이것저것 추가해도 좋았을 것 같다.








쭉쭉 늘어나는 아름다운 치즈의 자태... 으아 또 먹고 싶네.


미트 소스 만들기는 난이도가 그렇게 높진 않고, 다지기만 얼른 하면 그냥 떄려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엄청 간단하다. 설거지가 귀찮아서 그렇지.. 하지만 설거지는 뭘 해도 귀찮으니까! 이번엔 시험삼아 해보는 거라 그렇게 많이 만들진 않았는데 다음번엔 진짜 들통으로 하나 끓여서 소분해서 얼려놔야겠다. 고기 빼고 그냥 토마토 소스 버전으로 만들어서 저장해 두면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는 소스 베이스가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