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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Keyboards

코로나 공방 이용 후기

어차피 책상도 더럽게 지저분하게 쓰면서 왜 그렇게 무선이 좋은지 굳이 블루투스 되는 키보드를 사겠다고 타오바오를 뒤져서 산 나의 첫 기계식 키보드 keywalker ifd 68. 따지고 보면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앱코 광축 키보드를 쓰게 되면서였지만, 광축 키보드는 정확히는 작동 원리상 기계식은 아니고, 또 내 돈 주고 산 것도 아니었으니까 차치하는 걸로 하고.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사기 전에는 웬만하면 타건해보고 자신의 축 선호도를 파악하는 게 맞지만, 직장인이 용산 타건샵을 방문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왠-지 느낌상 나는 택타일 축이 맞을 듯 하여 갈축으로 주문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갈축을 쳐 보니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날 듯 말 듯 한 리니어 같은 느낌이라 이게 뭐가 택타일이라는거야! 싶고.. 결론적으로 딱히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걸림이 강한 축이 뭐가 있을까 이리저리 검색해 보다가 체리 클리어나 질리오스에서 만족하면 좋았을 것을, 홀리판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당장 구할 수 없는 홀리 판다 대신 홀리 스카이 스위치를 만들어 쓰면 어떨까 해서 헤일로 스위치랑 오테뮤 스카이 스위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매스드랍이 홀리판다를 내버렸죠) 그런데 막상 이게 또 스위치를 개조하려니까 열었다 닫았다 엄청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키보드에도 손을 대야 하니까, 아예 키보드 전문 공방인 코로나디자인에 의뢰를 했다.


작업하는 거 구경하러 와도 된다고 하셔서 다녀왔고, 실제 작업하는 거 보니 의뢰하길 잘했다 싶었음..


일단 헤일로 스템을 오테뮤스카이 하우징에 넣는 작업에서 제일 큰 문제는 헤일로 스템이 보통의 체리 축 스템보다 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체리 MX 호환형 스위치가 체리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체리형 스위치 하우징에 헤일로 스템을 넣게 되면 당연히 스트로크가 짧아지고 잡소리가 섞이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 스템의 길이를 줄인다. 2. 하우징에 구멍을 뚫는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코로나에서는 스템의 길이를 줄이는 건 절대로 모든 스템에 균일한 결과를 낼 수 없고 자르는 과정에서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구멍을 뚫는 작업도 리스크가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변수를 좀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그대로 해달라고 했다. 참 별 희한한 의뢰 때문에 고생하셨어요...





열심히 작업하고 계신 공방장님. 오테뮤 스카이는 솔직히 하우징 색을 너무 잘 뽑아서 인기를 얻은 것 같다. 민트색 봐.... 헤일로 스위치는 트루랑 클리어랑 두 종류가 있는데, 사실상 스프링 무게만 다르고 나머지 스펙은 동일하다. 그래서 어떤 스템을 써도 상관은 없는데, 민트에 저 살몬핑크색이 너무 예뻐서 트루 스템을 골랐다.  









스프링은 헤일로 트루 건 너무 무겁고 (바닥압이 100g인가 그랬음 사람이 쓰는 스위치 맞나요) 오테뮤 건 너무 품질이 안좋아서 곤프링 65.5 주문해서 보내드렸었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는 쓸모없는 헤일로 하우징과 오테뮤스카이 스템과 스프링이 남아있다는 것.. 심심한데 조립해볼까? 는 쓰레기 스위치가 생기겠지..









디솔더링 되어 있는 기판의 모습. 키보드 뜯어 볼 생각은 한번도 못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었다. 디솔더링 기계 엄청 자랑하시더니 실제로 굉장히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마이크로 usb 끼우는 곳이랑 블루투스 배터리 연결하는 곳이 보인다.










윤활하고 조립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거기에 LED까지 솔더링 해야 해서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렸다. 더구나 저 LED가 메가톤LED처럼 고정되는게 아니고 손으로 붙들고 해야하는 거여서 더 오래 걸림. 진짜 고생하셨어요.. 아 스페이스바는 공방장님 아이디어로 스템 안바꾼 오테뮤 스카이 스위치로 넣어봤다. 큰 차이는 안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재밌음.









매우 이쁩니다. 이 스위치 조합. 사실 기계식 키보드뿐 아니라 이 정도 돈을 들이는 취미에서는 본인의 취향이 뭔지를 알고 그걸 기준으로 투자하는게 제일 중요한데, 나한테는 이쁜 게 제일 중요하다. 좀 둔한 편이라 키감에 대한 선호도가 엄청 확고한 건 아니어서 클릭축만 아니면 다 좋아하니까... 나한텐 무조건 이쁜거!!!! 그리고 스위치가 이쁘면 키캡 빼서 청소할 떄도 기분 좋잖아. 한번이라도 더 청소하게 되고.










키캡 다 끼우고 사진 한방. 키캡은 matt3o의 mt3 /dev/tty. 


타건 소감: 걸림이 정말 정말 정말 강하다. 그런데 탁 하고 막히는 것 같은 걸림이 아니라 약간 완충되면서 눌리는 것 같은 느낌? rounded out tactility 라고 많이 쓰던데 이걸 한국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박스로얄을 대표적인 sharp tactility 라고 하는데 이 스위치는 박스로얄이랑은 걸리는 느낌이 정말 반대라고 할 정도로 다르다. 그리고 걸림이 강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스프링 자체도 좀 무거운 건지 나한텐 확실히 무겁다. 넷째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으로 쳐야 하는 부분은 가끔 눌러지지 않아서 한번씩 더 의식해서 눌러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택틸리티가 강한 스위치는 어느 정도 고압 스프링을 쓰는 게 맞다는 느낌. 스프링의 묵직함이 강한 걸림을 잘 받쳐주는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으면서 둔탁하게 걸리는 느낌에 바닥 때리는 소리까지 정말 마음에 든다. 


단점은 공방장님이 말씀하신 게 아무래도 서로 다른 제조사의 부품을 섞는 것이고 더구나 하우징에 변형까지 가했으니 기타 잡소리나 스프링 소리가 완벽하게 잡히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거. 스프링 윤활을 충분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프링 소리는 꽤 나는 편이다. 이래서 서양친구들이 윤활을 오일 대신 그리스로 하는 건가..


그리고 또 하나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게 LED가 맛이 갔다. 이게 블루투스 키보드고 배터리상태, 페어링 상태 같은걸 그냥 개별 키 LED로 표시하는 터라 LED가 달려있는데, 작업을 하고 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펑션키, z키랑 페이지 다운 키의 LED가 꺼지지도 않고 광량이 최대인 상태로 고정되어 버렸다. 점멸이나 브리딩 모드로 해놓으면 꺼져 있어야 할 키가 최대 광량을 내고 있어버림.


그리고 스프링 소리도 어쩔 수 없다고는 하셨지만 정말 미친 것 같은 소리가 나는 키가 몇 개 있어서 공방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봐 줄 테니 당장 가져오라고 하셔서 또 들고 방문했었다. 결과적으로는 LED문제는 기판이나 펌웨어 쪽에서 에러가 난 것 같았고, 스프링 소리는 나보다 훨씬 높은 공방장님 기준으로 "이건 멀쩡한 게 없는데요...?"라고... 아 네... LED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라 나는 괜찮다고 원인 찾지 못하면 그냥 쓰겠다고 했는데 타오바오까지 뒤지시면서 기보강 판다고 기보강 새로 사서 교체해드리냐고까지 하셨... 아니 저 이 키보드가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닌데요....


결국 스프링 소리는 정말 심해서 내 귀에도 거슬릴 정도인 거 몇 개만 교체 받았고, LED는 다행히 전체를 켜두는 모드를 찾아주셔서(이건 나도 몰랐던거) 그렇게 해 놓고 잘 쓰고 있다. 전체 켜짐 모드로 하니까 광량도 조절이 가능해 져서, 훨씬 눈이 편안하다. 


아무래도 손에 익지 않은 고압(내 기준으로)에 걸림감이 강하다보니 손이 좀 피곤해서 장시간 타이핑을 해야 할 때 쓰긴 힘들지만, 게임 할 때나 메신저처럼 잠깐씩 타이핑 할 때는 정말 재미있고 마음에 드는 타건감이 나와줘서 공방장님 괴롭혀가며 작업하길 잘했다 싶다. LED 문제 때문에 기보강 새로 살까도 잠시 고민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이걸 그렇게까지 아껴가며 쓸 키보드는 아닌거 같고, 어느 정도 가지고 놀며 쓰다가 마음에 드는 커스텀 나오면 스위치를 디솔해서 이식해 쓰는걸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그때까진 잘 버텨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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