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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Keyboards

키보드 폼팩터 1. 풀사이즈와 그 배리에이션

기계식 키보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놀랐던 건 (물론 가격이 제일 놀랍다. 그건 제외하고) 세상에 키보드는 내가 아는 그 길쭉하고 넓은 모양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기존에 사무실에서 로지텍 웨이브 키보드(k350)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키보드 모양이 맨 직각에 항상 똑같은 위치에 키가 있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예 키보드를 뚝 잘라놓은 것 처럼 생긴 키보드가 있을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슬슬 커스텀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풀배열 키보드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닥 인기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다. 


미니 키보드. 일단 귀여움. 귀엽고 예쁨. 그리고 책상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손을 많이 움직일 필요도 없어서 피로감도 덜하다. 숫자패드를 집중적으로 쓰는 작업이 아니고 일반적인 타자만 많이 칠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미니 키보드가 편하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땐 엑셀을 많이 쓰기 때문에 텐키패드가 꼭 필요하고, 회사 책상은 넓은 편이기 떄문에 텐키가 있는 키보드를 쓰는게 훨씬 나아서, 절충형 모델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여러 GB에 참여하면서 키보드의 폼팩터가 생각보다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키보드에 들인 돈을 더 이상 계산하고 싶지 않은 지금에 와서도 여러가지 사이즈에 대한 용어가 많이 헷갈려서 정리를 해 보았다.


키보드의 폼팩터는 디자이너마다, 제조사마다 다 다르고 키보드의 키매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 똑같은 배열을 가진 키보드라 하더라도 키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서 기능성과 미감이 전혀 달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하단열의 윈키, 윈키는 전통적으로 키보드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키는 아니고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키라서 그런지 몰라도 윈키를 빼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윈키를 뺄 경우(WKL, 윈키리스라고 한다) 그 공간을 다른 키로 채우거나 아니면 블락커를 넣어서 이빨빠진 룩을 추구할 수도 있다. 


하드웨어적인 키보드의 구성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선택지는가 무한하다. 커스텀 키보드의 경우에는 키매핑(특정 키를 눌렀을 때 컴퓨터에 어떤 정보가 입력이 될 지를 결정하는 것)을 사용자가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결국 개인이 원하는대로 매핑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키의 위치는 똑같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걸 딜리트로 사용하고, 다른 사람은 인서트나 프린트스크린으로 사용한다는 거다. 배열을 정리하면서 시각적인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키보드 레이아웃 이미지를 넣어놨지만, 이것은 정말 기본적인 구분일 뿐이고 어떤 배열이라고 해서 똑같은 키맵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진정한 커스텀 키보드의 길은 자기만의 키맵을 만들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여기선 정말 키보드의 기능적인 폼팩터만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고, 키보드의 디자인적 완성도에는 이 외에도 정말 무한히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옆라인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소재를 무엇을 쓰는지, 베젤의 두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경사각은 어떻게 줄 것인지, 마감처리를 어떤 걸 선택할 것인지, 무늬를 넣을 것인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디자인적 결정사항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절대 빼먹으면 안되는 키캡, 키캡과 하우징의 조화. 즉 똑같은 폼팩터/배열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립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키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1. 풀사이즈 / 104키 또는 108키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기 전, 키보드는 당연히 이렇게 생겼겠거니, 하고 사용해왔던 그 키보드. 풀사이즈 또는 104 키라고 부른다. 가끔 숫자패드 위쪽에 인디케이터 대신 4키를 추가로 넣어서 108키로 만들기도 한다. 한/영키나 한자키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106키가 되기도 한다. 기계식 키보드 쪽에서는 풀사이즈가 흔하지는 않은 편이다. 사진은 레이저 오나타 크로마. 나는 기계식에 본격 입문하게 된 계기인 앱코광축 크리스탈키캡-_-(k8700)이랑 레이저 오나타 크로마를 가지고 있다. 




1-1. 풀사이즈 배리에이션: 라세배열/96key




Espectro / 사진출처는 레딧 (https://www.reddit.com/r/MechanicalKeyboards/comments/7w7ldi/espectro_t6_days/)


NYM96 / 사진 출처는 매스드랍(https://www.massdrop.com/buy/nym96-aluminum-mechanical-keyboard)


키 몇개를 삭제하고, 펑션열과 알파열, 숫자패드 간의 거리를 완전히 붙여버린 배열. 덕님의 커스텀 키보드 라이트세이버가 이 스타일이라 국내에서는 라세배열로 통하고, 해외에서는 주로 96key 스타일로 많이 불린다. 라이트세이버, Melody96, NYM96, Kira, Espectro 등이 있다. 키 사이의 공간을 완전히 없앴기 때문에 가로세로 비율이 풀사이즈와 다르고, 거의 텐키리스에 가까운 사이즈에 풀사이즈에 가까운 키를 넣어놓는 공간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나는 좀 답답해 보여서 쓰진 않는다.




1-2. 풀사이즈 배리에이션: 1800 레이아웃




체리 G80-1800 모델 / 사진 출처는 체리 홈페이지(https://www.cherryamericas.com/cherry-g80-1800.html)




Dolch 키보드 / 사진 출처는 Geekhack Findecanor (https://geekhack.org/index.php?topic=35672.200)


Nav 클러스터 영역을 없애고 F열, 알파열, 화살표, 숫자패드 부분만 남겨놓은 형태. 구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펑션열과 알파열, 숫자패드 영역을 떨어뜨려 놓은 게 특징이고, 화살표를 넣다 보니 숫자패드 쪽에서 보통은 2u를 차지하는 0이 1u로 줄어든 형태이다. 윗 사진의 체리 G80-1800에서 이름을 따서 1800배열이라고 부르고, 커스텀 키보드로는 tx-1800 등이 있다. 숫자패드 윗부분이 좀 빡빡해 보이고 알파열이랑 균형이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좋아하진 않음.




1-3. 풀사이즈 배리에이션: cp, 혹은 컴팩트 1800 레이아웃 


레오폴드 fc980m / 사진 출처는 mechanicalkeyboards.com(https://mechanicalkeyboards.com/shop/index.php?l=product_detail&p=2996)



tx-cp / 사진 출처는 레딧(https://www.reddit.com/r/MechanicalKeyboards/comments/8jj186/splash_of_wine_on_txcp/)


1800 레이아웃과 거의 비슷한데, 숫자패드 영역에서 4개 키를 더 빼고 펑션열과 알파열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 둔 것. 아마도 레오폴드 980시리즈가 가장 유명할 듯 싶고, 커스텀 영역에서도 많이 만들어지는 레이아웃이다. 사진의 tx-cp, lz-cp, 긱핵의 hbcp 등이 있다. 980m 핑크에디션을 회사에서 쓰고 있다. 980m에서 키 한개 정도가 애매하게 부족하다 느꼈는데 (특정 프로그램에서 인서트를 좀 쓸일이 있는데 인서트 쓰기가 약간 불편하다) tx-cp 찾아보다보니 딱 한 키가 더 있네.. 구해봐야하나..


다음은 텐키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