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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Books

화재감시원


화재감시원 | 코니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은이), 최용준, 최세진, 정준호, 김세경 (옮긴이) | 아작

알라딘 링크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2137634


바람의 열두 방향을 읽고 나서 SF 중단편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정된 길이 안에서 풀어내는 세계관과 사건, 매력적인 인물들을 그려내기 때문에, 읽다 보면 상상력을 많이 펼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좋다.


화재감시원을 산 건 알라딘 굿즈를 받기 위해서도 있지만, 책 디스크립션에 붙어 있는 어마어마한 수상경력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권위와 명성에 약한 소시민 타입이기 때문에, 상 많이 받은 작가는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고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코니 윌리스 작품세계에 대해서 많이 정보가 없는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1. 리알토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리알토 호텔' 에 숙박하게 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 이게 첫 작품이라서 내가 과연 이 책을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할 정도로 정 붙이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양자역학에 대해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건가, 싶었는데 뭐랄까 작품 자체가 양자역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려내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 안다고 진짜 아는게 맞을까? 어느 수준 이상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뭔가 다른 의미에서 가장 판타지스러웠던 작품. 


2. 나일 강의 죽음

읽는 내내 점점 짜증을 끌어올리다가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한 방에 가라앉는 이야기. 참 신기한게 말이 안 되기는 리알토에서나 나일 강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인데 한 가지 설정으로 인해서 나일 강의 죽음은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 읽는 내내 뭔가 입에서 모래맛이 느껴지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3.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산 속에 사는 한 가족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없다. 읽다 보면 뭐가 잘못된 건지 나오게 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읽어 넘겼던 부분들이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숨이 막힌다.


4. 화재 감시원

코니 윌리스 대표작들과 설정이 연결된다는 작품이자 이 소설집의 제목을 제공한 소설. 미래에서 온 역사학자는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바꿔도 되는 것일까?  


5. 내부 소행

뭔가가 너무 훌륭해서 진짜라고 믿기 힘들다면,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치면 우연일리가 없는 것 처럼. 접신과 빙의를 절대 믿지 않는 회의주의자의 영혼이 3류 헐리우드 영매에게 빙의되어 현재의 회의주의자에게 이야기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어이없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바람의 열두 방향 처럼 뭔가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눈에 보기에는 친숙해 보이는 설정을 가져다가 밑장빼기처럼 하나씩, 하나씩 괴인 돌을 빼 가면서 익숙함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드는 작품들 - 나일강의 죽음, 리알토에서 - 이 좋았다. 한 가지 좀 익숙해지기 힘들었던 점은 말이 좀 많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많은 게 아니라 작가가 정말로 수다스럽다고 느껴지게 글을 쓴다.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누가 계속 떠들고 있는 느낌이 들도록.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한데 그 수다스러움 때문에 피로감이 좀 쌓여서, 약간 시간을 두고 쉬었다가 다시 읽어봐야겠다. 2권인 '여왕마저도'랑 화재 감시원의 설정이 이어진다는 둠스데이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등등도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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